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12/07'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7.26 A red shoe diary (3)

좀처럼 높은 구두는 신지 않는데 몇달 전 친구와 자라에 갔다가 눈에 쏙 들어와버린 레드 플랫폼 힐. 집으로 그냥 돌아와 세번을 다시 생각하고 다른 매장가서 다시보고, 그래도 2주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앉아 결국 구매했었다.

가끔 나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

구매 패턴을 생각하면 일년에 한번 정도 인것 같다. 3년 전, 주 7일 근무하며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나 자신의 삶을 거의 버리고 일했던 전 직장에서 퇴사 할 때는 나중에 딸에게 물려줄 수 있을만한 클래식한 가방을 선물했고, (언젠가 딸이 안태어나면 어떡하지.)

직장을 옮긴 후에는 그동안 고생했던 것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가능하면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가려고 노력했으며,

심난할 때마다 종로로 산책을 다니던 어느 날에는, 사진기를 친구로 삼고 싶은 마음에 일년을 고민하던 사진기를 샀고,

과로로 아파서 입원했다 퇴원한 다음에는 자전거와 비타민을 사주고,

언젠가 가장 아끼던 피아노가 팔리는 것을 보고 흐느껴 울던 소녀는 다 자라 숙녀가 되었고, 그렇게 사고 싶었던 신디사이져와 나를 위한 마이크도 샀다.

소비와 위로의 상관관계가 절대 등식은 아니지만, 위안을 줄 수 있으며 시간을 어루만질 수 있는 물건을 가지기 까지, 꼭 필요한지, 사야만 하는지, 계획에 어긋나는 소비는 아닌지, 지불가능성은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 사이 사이의 가슴 뜀, 그리고 마침내 품에 들어왔을 때 그 이후의 가슴뜀을 기억하는 과정은 선물을 하기에 충분히 가치있는 여정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류의 사람이 아니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은 적든. 부모님에게 조차 뭔가 사달라고 하는건 언제나 조심스러웠고, 대학 진학한 이후로는 부모님 도움을 한번도 받지 않았다.

꽤나 어두운 터널이 오랫동안 지속됐었다. 터널 밖으로 나오고 나서, 언젠가 부터 갖고 싶은 것들을 내 힘으로 사기 시작하고 나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되며, 계획적인 소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 속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타인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 가지는 의미도 크지만, 내가 나에게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것들을 고민해서 선물하고 오랫동안 쓸 수 있게 될 때, 문자 그대로 “자립” 했음에 크게 날숨을 쉰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뭔가를 사기보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바라고 사달라고 조르는 일부 사람들. 평행선과도 같은 가치관의 차이처럼 느껴진다. 이성에게 앙앙대며 물건을 받아내는 여자들 혹은 남자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는. 좀더 마음을 열어놓고 보면, 그게 다른 관점에서의 능력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신고
Posted by 이네인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공연, 음악, 맛집, 요리, 책, 커피, 여행 그리고 당신. 천천히 감정을 실어 살아가고 싶은 어느 리뷰어의 일상
이네인

공지사항

Yesterday12
Today1
Total65,387

달력

 « |  » 2012.0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