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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생각해보면 초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은 정말 깨어있는 분이셨다.

5, 6학년때 선생님이 같은 분이셨고, 서울의 사립학교에서나 할 법 한 활동들을 많이 시도하셔서 덕분에 우리도 정말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유언 쓰기였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가 인생에 무슨 굴곡이 있고, 희노애락이 있겠나. 유언을 써오라는 숙제보다 더 곤욕스러운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숙제를 꽤나 열심히 즐겼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 댁 어딘가 뒤져보면 그때 쓴 유언이 나올것 같다. 엄마가 내가 어릴 때 부터 썼던 글을 하나도 버리지 않으셨으니까.

 

가끔 어릴때의 일기와 글짓기를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때는 그런 글쓰기를 보고 잘하는줄 착각했던거겠지.

 

각설하고, 내 지인에게 추천해주었던, 이 책은 작가와 문인 99인의 유언장 모음집이다.

침대 머리맡에 이 책을 두고 이틀간 읽으면서 내 눈시울이 뜨거워진것도 몇번있었다. 유언장을 읽게 될 대상은 다양했다. 가장 많았던게 부인이나 남편이었고, 그다음이 자녀들, 그리고 지인들이나 친구를 대상으로 쓴 유언장도 간간히 보였다.

 

남성 문인들이 쓴 "하오체"로 된 유언장을 읽는 기분과

여성문인들이 쓴 부드러운 말투의 유언장을 읽는 기분은 분명 많이 다르며,

나름 각자 글 쓰기에 삶을 바쳤던 문인들이 쓴 가상유언장을 읽는 기분은, 각각 다른 조리법으로 신선한 재료를 요리한 산해진미를 다채롭게 즐기는 기분이 든다. (비유가 부적절하지만, 그만큼 문체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여러번 고비를 만나고, 그 고비를 넘기게 되고, 힘든일을 겪으며 더 강하게 단련된다지만, 특별히 어떤 풍파가 없는 상태에서 삶을 냉철하게 제 3자의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는 다름아는 유언장쓰기인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8번째 해를 두달 넘긴 지금, 나의 유언장은 어떤 내용들로 채워지게 될까,

나는 누구를 대상으로 나의 유언장을 작성하게 될까,

문득 생각해본다.

 

삶에 대한, 삶의 편린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가상 유언장 모음집.

다른 에세이가 주는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행복감과는 비교되지 않을 묵직하고 아릿한 마음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당신의 가슴을 움켜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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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구절 하나.

 

p.194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피천득

 

어려서 잃었으나 기억할 수 있는 엄마 아빠가 계시고 멀리 있어도 자주 편지를 해주는 아들, 딸이 있고, 지금까지 한결같이 지내온 몇몇 친구가 있다. 그리고 아직도 쫓아와 반기는 제자들이 있다.

학문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비록 오막살이라도 누추하지 않다는 옛글이 있다. 늙은 아내탓을 하지만 기름때는 아파트로 이사온것은 분에 넘치는 노릇이다. 그리고 긴긴시간을 혼자서 가질 수 있는 사치가 있다. 젊어서 읽었던 좁은 문 같은 소설을 다시 읽어도 보고, 오래된 전축으로 쇼팽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기쁨을 느낄 수있는 마음의 평온을 송구스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하늘에 별을 쳐다볼때 내세가 있었으면 해보기도 한다. 신기한것, 아름다운것을 볼때 살아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는 염치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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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얼마만이었던가. 추리소설을 읽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가슴이 아프기까지 했던것이.  마지막장을 덮으면서는 정말 말 그대로 가슴이 먹먹해 졌다. 책장 뒷편에 한 블로거가 한줄 평을 해놓았던 것이 절절히 와닿았다. 절묘한 여섯단어.  "이건 추리소설로 위장한 거룩한 사랑의 기록이다."

 

그야말로 거룩하고 서글픈 위대한 사랑이었다.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삶의 낙이라고는 수학난제를 풀어나가는 것 뿐이었던 무료했던 일상, 사실은 대학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평범한 고교 수학교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제약, 매일 지나다니는 둑방길에서 마주치는 노숙자들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이 죽어 없어져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것 같다는 지독한 회의감에 빠져있었을지 모른다. 자살을 하려던 찰나, 새로 이사 왔다며 초인종을 눌렀던 야스코가 없었다면, 정직하고 소박한 성품을 가득 담은 동그란 야스코의 눈동자와 그녀의 딸의 호기심 어린 눈이 아니었다면, 이시가미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운명을 거는 철저하고 처절한 희생을 눈 깜짝 하지 않고 계획했으리라.

 

이시가미가 생을 마감하려던 찰나 그를 구한것은 이 두 모녀의 눈 망울이었다.

 

 

절망의 끝에서 자신이 살아갈 의미를 부여해준 여인을 위해 이시가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녀가 일하는 도시락 가게에서 점심을 사먹은 일 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고, 회백색 일상의 무미건조함에서 뛰는 가슴을 선사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며 언제나 한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내 괴롭히고 마는 망나니 남편, 그 남편에게서 딸을 구해내기 위한 필사적이면서 우발적인 살인, 아무런 도움의 끈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 처럼 나타난 이시가미의 도움을 거절하기에 야스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박했다. 이시가미는 살인을 저지른 야스코 모녀가 오히려 용의자 선상에서 서서히 제외되도록 치밀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흔들릴 지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위해서 2차 살인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포커페이스를 가진, 천재적인 수학자 지망생은, 삶의 의미를 잃은 패배자 수학교사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여인의 생명의 은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다. 

 

이시가미와 구사나기 형사의 두뇌싸움이었다면, 승리의 여신은 단연 이시가미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누구나 간과해버리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맹점을 노리는게 이시가미의 주특기니까.

 

이시가미의 대학 동기이자,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가 구사나기 형사와 친구관계로 등장하면서 결국 스토리는 이시가미와 구사나기의 대결 아닌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추리가 거듭 될 수록 유가와는 인간 이시가미가 가진 희생적 사랑의 면모, 수학자 이시가미가 가진 천재성의 안타까움으로  범죄자 보다 더 큰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시가미가 자신의 사랑만큼의 철옹성으로 쌓아놓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모두 파헤쳐버렸을때 유가와가 느꼈을 상실감과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결국 용의자 X의 헌신에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이란 아무도 없다. 심지어는 책을 읽고있는 독자 조차도 안타까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자신을 스토커로 포장하면서 까지 야스코를 보호하며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던 이시가미의 희생.

살인을 저지르고도 시나브로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며 미안해 하던 야스코가 이시가미의 본심을 알고난 후의 죄책감과 사무치는 가슴.

친구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자신의 추리가 사실이 아니길 바랬던, 그래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을 유가와의 빌어먹을 천재적인 두뇌.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맹점을 통찰하지 못하고 유가와의 천재적 추리에서 나올 콩고물을 기다려야만 하는 구사나기의 무능.

 

결국 모두가 아프다.

 

두꺼운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전개가 독자를 앞지르지 않으며 독자를 기만하지도 않고, 캐릭터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살린 수작임에 틀림 없다.  

나는 지독히 이기적이기에, 내가 야스코였다면 자수를 하지 않고 이시가미에게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구도의 다이아반지를 받아버리고 여자로서의 행복한 욕망을 꿈꿨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야스코가 경찰서로 자수하러 뛰어가지 않기만을 바랐는 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랬다면 이시가미의 한맺히는 절규를 듣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한사람은 가슴에 피멍을 안은 채로 조금은 행복해 질 수도 있었을 텐데.

이시가미의 절규는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것 처럼 처절하게 내 귓가에 울려퍼졌고, 용의자 X는 헌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모두가 고통에 몸부림치게 됐다.

 

그렇다. "이 책은 추리소설로 위장한 거룩한 사랑의 기록이다." 라는 여섯단어를 나는 결코 부정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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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그는 어떻게 이다지도 신랄하고 톡톡쏘는 현실적인 비평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양심적으로 늘어놓을 수 있단말인가.

나는 책장을 펼치고 두번째 책장을 덮을 때 까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약간은 실소했고

약간은 통쾌했다.

전세계의 전반적인 문제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촘스키의 명쾌한 해석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어떤 통찰력을 가지고 살아가야 제 3자의 시각에서 참여자로 살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는 미국의 힘을 비판한다.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진짜 권력은 무엇일까.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힘은 무엇일까.

진짜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수 세기간 세상은 가진자들의 세상이었다. 그들의 잔치였고, 그들이 가진 힘을 나눠갖지 않으려는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라진지 오래라고 생각했다.

극 소수의 사람들만 진정한 상류층이라 일컬을 수 있는 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외 대다수는 상류층 답지 않은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중중의 일부는 알면서도 묵인했고, 저항할 힘을 부당하게잃기도 했으며, 본인이 피해볼까 두려워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기도 했고, 혹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기도 했다.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나는 진짜 권력은 절대적이지 않다는것을 깨달았다.

대중을 무시하고, 대중을 휘두르려는 권력은 결국 역사가 심판한다는것도 깨달았다.

왜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이, 멀고 먼 조상들이 이미 깨닫고 경고하거나, 그들의 무지와 탐욕으로 인해 끝으로 더 빨리 치닫았던 그 과거를 되풀이 하려고 하는가.

버블경제가 뻥 터져버리고 전세계적으로 침체기를 맞고있는 요즘,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임할때 한 라디오 진행자와 대담했던 내용을 책으로 옮긴 촘스키의 혜안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놀랍고 명쾌하다.

 

나는 프롤레탈리아이다.

한국에서는 프롤레탈리아가 없었으니, 서민층에 분류를 해 넣어야 겠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의 저항과 촛불시위를 옹호하는 입장도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1%의 엘리트는 믿지 않는다.

세상을 구성하고 움직이는것은 결국 사람이자 서민이라고 믿는다.

내가 서민 층에 속해있기때문에 서민의 힘을 주장하는것은 아니다.

우리는 한때 서민이었으며, 한때 지독하게 가난했었고, 한때 그 가난에서 벗어나려 온갖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이미 부유했던 사람이 부유한 경우와, 가난을 비집고 나와 가난이 아닌 삶, 윤택한 삶으로 탈바꿈 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그들보다 더 많은 개체수의 일반인들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지독한 노동을 한다.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그들은 평생 노동을 한다. 그 노동의 가치는 참으로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동의 가치에 퇴색을 강요하고 한때 치열하게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생각해봐야 할 20대는 스펙만들기에 몰두하다 진정한 젊음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일반인들은

과연 길을 잃지 않고 각자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것일까.

그리고 그들을 이끌겠다고, 대신하겠다고 나선 우리의 대표자는 과연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끌만한 책임감을 가진 대인인것일까.

 

미국과 한국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강대국이고 약소국이기때문에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는것이 아니다.

건국의 배경이 다르고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다르고 정치제도가 다르다.

그러나 미국이 도움이라는 명목하에 한국을 견제하고, 어떻게 이용할까 고심하고, 어떻게하면 기어오르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우리 역시 충분히 우리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이, 한나라의 정치부가 계속해서 속박당하기를 원하는, 힘을 얻어타서 흘러가기 원하는 그 불합리한 상황의 연속에 놓여있다는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는 진정한 권력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대중이 무지하기를 원하고 그들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은 머지않아 종말을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그렇게 오랫동안 이런식으로 대중을 휘둘러온 권력역시 머지않아 종말을 맞는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아무리 대중이 지혜로워 졌더라도,

대중의 개개인은 피해를 보고 싶은 생각이 없기때문에 단체행동으로 눈밖에 나는행동을 불사하진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들어달라고 소리를 쳐도, 촛불을 들어도 이미 귀를 닫고 마음을 닫고, 어떻게든 대중을 유린하려는 정부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대중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모인 그 곳에서,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 열기를 이용하는 소수의 난감한 모습도 보이고,

과연 우리는 언제나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언제나 발차기와 주먹질일 없는 국회를 볼 수 있을지

꽤나 앞길이 깜깜한것처럼 느껴지지만,

 

나는 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는 불특정 중수의 사람들과

개인의 책무와 함께 개인의 사회적인 책임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어떤 입장에 있든지 조금은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실마리는 곳곳에 놓여있다고 믿고싶다.

 

나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 어디에 서있는 것일까.

약간의 고민과 약간의 통찰은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는것일까.

물론, 가능하다.

매일의 행동이 더해진다면.

 

역시. 촘스키의 낭창한 말투로 듣고싶은 최고의 구절은

"부패한 정부는 모든것을 민영화한다."

인천공항이 매각된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고있나 라는 의문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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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나는 최면술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아집이고 고집일 수 있다. 점성술도 믿지 않고, 운세도 믿지 않는다. 그 흔한 사주카페도 한번 가본적이 없고, 내 인생은 어떻게 될 까요 물어본 적도 없다.

내 종교가 기독교인것을 떠나서,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는것이고, 내가 노력한 만큼의 밭을 일구는것이라 생각하기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는것도, 인맥을 만드는것도 모두 노력과 열정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을 끝까지 놓지 않은것은, 콜드 리딩은 최면술이라기보다는 독심술에 가깝기 때문이며, 상대방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기 보다 트릭을 사용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설득을 이끌어내는, 상대적으로 과학적인 방법이기때문에 그렇다.

 

콜드리딩은 간단히 말하면 상대방을 내 화법에 말려들어오게하는 대화법인데, 다섯가지 단계로 구성되어있는 설득화법이다.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해 내 말이 진실인것처럼 믿게 만들고,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게 만드는것이다.

책을 읽고 난 느낌보다는, 각 챕터에 나오는 주제를 짤막하게 정리해 보았다.  

 

1부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들

1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것은 다름아닌 자신감이다. 다른사람 앞에서 능수능란한 화법을 구사하는데 가장 중요한점은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자신감으로 무장된 사람의 여유로운 태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신뢰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2부 콜드리딩 기본편 : 누구나 할 수 있는 콜드리딩 기본 5단계

1단계 : 라포르를 구축하라

 

상대방이 얘기하는것을 자세히 관찰하고 들어보면서 상대방이 관심을 갖고있는 토픽을 뽑아내는것이 중요하다. 나도 너와 같으며, 너와 같은 관심사가 있다고 교묘하게 접근하는것이다. 심리학자들이나 점술가들이 잘 알법한 내용이다.


2단계 : 스톡 스필, 폭넓고 애매하게 설득하라
- 스톡 스필이란 무엇인가? / 왜 사람들은 애매모호한 스톡 스필에 무릎을 치는가? / 애매모호한 스톡 스필 다음엔 ‘예스’를 불러와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yes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을 생각하는게 중요한데, 만약, "저는 요즘 목이 뻐근하고 피곤함을 자주 느낍니다. 잠을 많이 자도 잔것같지 않고 개운하지가 않더라구요. 요새 복용하고 있는 비타민이 있는데, 복용한지 한 2주 됐나요, 근데 전보다 숙면을 취하고 있는것같아요. 요즘 복용하고 있는 건강제가 있으세요? 아니면 특별한 건강관리 방법이 있으신가요? " 이렇게 물으면 상대방에게 what을 물어보는셈이 되기때문에 상대방이 생각을 해야하고, 내가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기 보다 상대방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에 집중해서 내 대화에 말려들기 힘들다.

반면에 "요즘 잠을 충분히 자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저도 건강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자도 숙면을 취한것 같지 않고 목도 뻐근하고 피곤하더라구요. 사장님도 요즘 많이 피곤하시죠?"

상대방은 생각할 것도 없이 "아, 예." 라고 대답할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yes라고 대답하게 하는게 바로 스톡스필.

 


3단계 : 고민거리가 속해 있는 카테고리를 탐색하라
- 진짜 점쟁이 VS. 가짜 점쟁이 / 돈, 사람, 꿈, 건강 말고 걱정거리가 있나? / 상대가 품고 있는 고민거리의 카테고리를 찾으려면?

 

정말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가진 걱정은 위의 세가지로 압축된다.

사람과의 관계-여기에 사랑, 연인, 부부, 자녀문제 모든것이 다 들어간다.

진로(꿈)

건강.

점쟁이들이 용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건, 사람이 갖고있는 고민의 범주가 위의 네가지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을 보러가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이 갖고있는 걱정거리에 대한 힌트를 점술가에게 흘리는 경우가 많다.

 


4단계 : 고민의 주제를 뽑았으면 범위를 조금씩 좁혀 나간다
- 교묘하게 넌지시 떠보는 서틀 네거티브 / 눈치 채지 못하게 질문하는 서틀 퀘스천

 

미묘하게 상대방에게 yes, no로 상대방의 심리를 떠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게 4단계이다. 나는 이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넓은 범위의 걱정거리와 공통의 관심사는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더 좁은 범위에서 현실적 고민이나 걱정, 허를 찌르는 공감대를 형성하는것은 분명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서틀 퀘스쳔을 잘한다는건 정말 기민하고 예민한 직감을 가졌으면서 순발력이 있어서 재빠르게 상대방의 대화를 그럴듯하게 맞받아 칠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기도 하다.


5단계 : 미래를 예언하라
- 절대 빗나가지 않는 예언, 서틀 프리딕션 / 당신을 남몰래 사모하는 누군가가 있다?
사실 서틀 퀘스쳔까지 완성했다면 5단계는 그냥 상대방이 당신에게 마구마구 던져주는 힌트와 다름없다. 미묘하게 조작되어 진실만을 말하게 했다면, 그 진실을 토대로 구축된 정보가 예언이되는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3부 콜드리딩 실전편 :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콜드리딩의 세계

영업 편 : 한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다
- 영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콜드리딩 기본 단계
- 1단계 : 고객을 만나기 전에 이미 영업은 시작되었다
- 2단계 : ‘사실은…’ 이실직고할 부분을 칭찬하라
- 3단계 : 어쩌면 이렇게 훌륭하신가요?
- 4단계 : 문제의식을 현실로 이끌어내라
- 5단계 : 자신에 대한 인상을 깊게 심어라!
서비스/판매 편 : 가방 안 멘 방향에 인사하라!
- 사람의 마음에는 입구가 있다 / 가방 멘 쪽으로 다가오지 마세요
취업/면접 편 : 어떤 인재를 원하십니까?
- 서틀 퀘스천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찾아라
사교모임 편 : 나랑 똑같은 게 정말 많네요!
- 공통화제를 찾아라
회의/ 프레젠테이션 편 : 손짓 하나로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 되자
- 손짓에 답이 있다 / '대박' 아니면 '아무 문제 없음'
거절하는 방법 편 : NO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 '하지만'의 기술 / 담배를 피우고 싶지 않을 때, 하지만 / 하지만, 난 네가 너무 좋아
전화 통화 편 : 목소리가 얼굴이다
이메일 잘 쓰는 법 : 상대의 이름을 마음으로 되뇌어라
- 상대의 형식을 흉내 내라 /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 단어가 마음이다

분명 이 책에서 유용하다고 뽑아낼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영업기술이다. 영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기때문에 진심으로 다가가고, 상대방이 나는 이 사람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고있어라고 느끼는것이 중요하다. 이메일을 쓰더라도 상대방의 이름을 꼭 불러주면서 쓰기, 사소한것같지만 단체메일을 보내는것보다 분명 효과가 있었다.

 

이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읽는 내용과 공통되는 점이다.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것만큼 상대방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것은 없다고.


4부 콜드리깅 고급편 : 극비! 콜드리딩 고급 기술의 세계

이 4부는 거의 최면술에 가까운 방법이기때문에 나는 읽긴 했지만 실전에 적용할 생각은 없다. 저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고급 콜드리딩 기술을 설명했는데, 이게 가능 한 사람들은 이미 최면술사, 범죄심리학자, 멘탈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을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가 난무하는 가운데, 비교적 실제 활용이 가능한 실용적 설득법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다.

약간은 허무맹랑한 내용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별 4개 반정도 주고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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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던 책이었고

너무 오랫동안 보고싶었던 책이었다.

 

내 밤을 지새게 만들었던 평범한 류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뭔가가 있는 그것은.

나는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 겉표지를 손에 잡고

한참을 뛰는가슴으로 설레여야 했고,

그 설레임은 곧 가슴뜀으로 변했다.

 

37세의 스밀라.

160cm, 50kg미만.

그녀는 그린란드사람이며 덴마크에 거주하는 이방인.

그린란드 사람중에도 이누이트의 피를 가진 열정적인 여성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강인한 생명력과 끓는 피를 가진 사냥꾼.

수학에 정통하고

빙하학을 전공했으며

유명한 외과의사인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빙하연구와 빙하원정을다니며 지내는 빙하학의 숨은 권위자이다.

 

스밀라라는 여인이 가진 오라 자체가 굉장히 강렬하기때문에

그외의 등장인물들은 치밀한계산과 설정으로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매력을 스밀라에게 빼앗긴다.

 

추리소설로 시작하여 스밀라에 대해 예찬하다가 빙하 탐험으로 끝나는 묘한 매력의 이 소설은

한 아이의 죽음에 의문과 집착과 열정을 보이는 스밀라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스밀라는 줄곧 난해하고 복잡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활자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이웃에 살았던 이사야라는 소년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풀기위해 자신의 살아왔던 모든 삶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나"를 내바치는 모습은

기존의 사설탐정들은 갖지 못한 마력이다.

 

그 어떤것도 마음대로 파헤칠 권리가 없는 연구자에 불과한 스밀라는 폐쇄적인 인간관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숨겨져있는 독특한 인맥과

특유의 기지로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서슴치않고 얻어낸다.

 

이사야에게 다정다감한 이웃집 누나, 그이상 의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스밀라는 눈오던 밤 한 지붕에서 떨어진 이사야의 죽음이 석연치않다는것을 깨닫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가 이사야의 죽음을 밝혀내겠다고 결심한다.

 

이사야의 죽음을 목격했을지도 모르고

이사야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을지도 모르는 옆집 수리공과 함께.

 

스밀라의 매력을 밝혀주기에 여념이 없던 내용은

음모론 가득한 추리소설로 전개되다가

스밀라와 수리공의 가슴뛰는 연애담으로 발전하고

바다로 나아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조마조마한 스릴러로 바뀌며

다시 해양탐험소설이 되었다가

이윽고 SF로 바뀌게된다.

 

흥미진진하고 복잡했던 전개, 절정과는 달리 용두사미로 끝나는듯한 결말은 굉장히 안타깝지만

그렇게 불만족스럽지도 않았으며

 

4일동안 그녀와 사랑을 나눈 밤은 전혀 아깝거나 아쉽지 않았다.

 

흔히 찾을 수 없는, 바다, 바다중에도 빙하를 다룬 스밀라의 눈에대한 감각.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가지지 않은 독특한 구성과 치밀함에 기꺼이 별 다섯개는 주고 싶은 책이다.

 

결국 이사야의 죽음에 대한 비밀은 밝혀졌는지

수리공과 스밀라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이루는지

스밀라의 사활을 건 노력은 헛되지 않았는지는

 

앞으로 스밀라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길 누군가를 위해 노코멘트.

 

너무나 수사학적인 내용으로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했던 장미의 이름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흥미를 자극하고 여행의 세계로 이끌었던 작가 페터회에게 힘찬 포옹을 안기고 싶은 책이다.

 

줄리아 오몬드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책을 읽어보신분이라면 이 책을 영화로 옮기는것은 불가능하다는것을 알게될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두책으로 나눠진 기존 번역서에 비해,

한권으로 합쳐져 박현주씨가 번역한 신간은 번역이 미흡하고 직역위주라 이해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지고 원작을 망쳐놓은 책이 되어버렸다고 많은이들이 혹평을 했지만 공들여 읽는 수고를 조금 하기만 한다면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책이다.

구할 수만 있다면 예전에 번역됐다 절판된 두권짜리 책을 구해 보시기를 권유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독특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한 빙하를 탐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밀라와 입을 맞추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글을 읽는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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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작가는 파격적이라 말했다. 책 구성이 말이다. 분명 형식상으로는 파격일 수있다. 질긴 공부와의 인연을 스스로 써내며 필자는 자신이 공부를 좋아하고, 공부를 해야 할 운명이고, 모든 환경과 노력이 공부를 위한 것이었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필자는 그런 말을 스스로 하기가 몹시 부끄러웠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길고 긴 공부 여정에서 한템포 쉬어 자신이 걸어온 길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운동가이자 학자로서, 그는 자신을 스스로 높이기 보다는 겸손하고 싶어했다. 그렇게 글 쓰기 위해 매우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러나 제목은 공부도둑이다. 혹자는 제목만 보고 "아니 교수면 교수지, 그렇게 자신이 공부를 잘하고 좋아한다는것을 과시하고 싶었나." 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한눈에 와닿는 작명이다. 나도 서평을 읽어보고, TV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것을 보면서 사실 반신반의했다. 한 학자의 공부여정을 담은 책이라, 매력적이긴 했지만 설마 자기자랑 없는 책이 어디있겠냐고 자문했다.

 

그리고 장회익 교수의 글을 스크랩한지 7개월여만에 책을 구매했다. 교수라는 타이틀, 한 분야에 끈기있게 매달려 연구업적을 내고 후학을 양성할 만큼 지식의 양이, 인성의 따스함이, 충만한 사람만 가지는것은 분명 아니다. 어떤 직업군에 속해있든 열정적인 사람과 열정이 식은 사람, 아예 열정이 존재한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하지만 그의 글은 맛깔스러웠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회고하고, 정말 공부라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그가 자신의 책을 공부도둑이라 이름짓고 글을쓰는것이 모나 보이지 않는것은, 진정 그의 삶의 공부의 열정을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땐 공부도둑이라는 수식어가 오만하거나,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을만큼 그는 정말 공부를 좋아한 학자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게다가 자신을 공부도둑꾼이라 함은, 어릴 때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한 할아버지에게 사무친 설움과 슬픔이 녹아있으면서도, 자신을 쟁이나, 꾼으로 낮추는 겸손의 표현이다. 필자는 정말 사무치게 공부가 하고싶었고, 그 공부에의 열정과 욕망을 평생동안 온몸으로 느끼며 실천했고, 어떻게든 알고싶은것은 옹골차게 자기것으로 만드는 그야말로 공부 도둑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공부 도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어떤 이론과, 어떤 내용을 순전히 자기것으로 만들기까지 수 없이 고생한 모습이 마치 한땀한땀 십자수를 놓는듯한 정성으로 담겨져있다.

 

필자는 전기와 다름없는 이책에서 액자식 구성을 취했다. 어린시절 일화를 시간순서대로 배열하면서, 할아버지와의 가상의 대화를 삽입하고, 공부라는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본인이 걸어온 길을 나지막히, 조곤조곤히 얘기한다. 오랜만에 현자와 대화를 했다는 생각도 들고, 최대한 진솔하려고 노력했다는 모습도 독자에게 진심으로 다가오지만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

필자는 책을 자신의 공부담을 자랑하는것이 아닌, 독자와의 소통의 장소로 생각하려 했다.

게다가 계몽적인 내용을 삽입하기도했고,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을 쉬운 풀이로 상대성이론을 설명하기도 한다.

필자의 가치관을 담고있는 책이기에 계몽적인 내용이 일정부분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마지막에가서는 마치 훈계를 하는것처럼보이기도 하고, 물리학에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함으로써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지기도 하고, 독자를 자신의 강의실에 앉아있는 학생들 대하듯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등한 관계로 소통하는것이 아니라, 교육자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려는것이다.

 

차라리 각각의 주제로 따로 책이 발간되었더라면 훨씬 더 알찬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상대성 이론이라든가, 물리학자로서 살아오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생물학과, 환경보전에 관관심을 갖게되고 학자 그 이상의 운동가로서 살아오게 된 삶을 더 조명하면 좋을뻔 했다.

 

어쨌든 앎의 즐거움을 평생동안 추구하며, 자신이 아는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사람에게 그 깨달음을 나누어주려는 장회익교수의 노력은, 읽는동안 잔잔한 미소와 교훈을 주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학자들 중에 공부 도둑이 되고싶지 않은사람은 어디 있겠냐마는, 그는 공부에 있어서는 대도라 불려 마땅한 진정한 학자이다.

 

담고싶은 구절 하나

 

p. 273. 학문은 경쟁이 아니다.

바둑에서는 집을 지어놓고도 질 수 있지만 학문에서는 그러한 의미의 패배는 없다. 물론 전략 여하에 따라 최선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결코 패배는 아니다. 학문 그자체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가히 경쟁만능 시대라 할 만큼 모든것을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다. 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학문은 기여이고 협동이지 결코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라는것은 함께 취할 수 없는 소수의 목표를 놓고 서로 취하겠다고 다툴 때 나타나는 것인데, 학문의 목표는 결코 한 두 사람이 취하면 없어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설혹 내가 알아내려던 혹은 이루려던 내용을 나보다 앞서 누가 알아내거나 이루었다면 이는 축하할 일이고 고마운 일일 뿐 결코 섭섭해 할 일이 아니다. 내가 힘들여 해야 할 일의 일부를 남이 대신 해주었으니 나는 스스로 하지 않고도 그 앎에 도달한 셈이며 내가 이루어야 할 과제를 남이 나 대신 이루었으니 나는 이제 거기에 매달리지 않고도 원하던 과제를 이루어 낸 셈이다. 한마디로 내가 해야 할 일을 덜게되었을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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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미국의 살아있는 지성 촘스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발전했다고 생각되는 유일한 한가지는

지식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그나마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누군가는 대놓고 현 집권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할 수 있고,

노암 촘스키는 거의 한세기 동안 미국을 비평한다.

미국이라는 힘을 비평한다.

 

그의 비평은, 말만 살아있고 다른사람을 죽이는 류의 피상적인 비평이 아니다.

혜안과 통찰을 가진, 세계와 미국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고민과 연구끝에서 비롯되고 점진되는 비평의 연장선이다.

그는 수학을 전공하고 언어의 수학화를 이룩한 전설적인 학자이다.

미국에서 교육받고 자신의 천재성을 미국에서 인정받아 그 누구보다도 이른나이에 MIT의 석좌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기회를 제공한 나라를,

자신에게 평생의 연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나라를 시시 때때로 비판한다. 비평하고 또 비판한다.

그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자신이 연구할 수 있는 터를 제공해준것과는 별개로

그는 진정 세계의 움직임을 읽고 있는것이다.

세계의 "힘" 이 어떤 것을 향유하고 어떤 곳으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가진것이고,

적어도 자신이 깨닫고 느낀 선에서 대중들에게 지혜를 제공하려고 하는 양심있는 지식인인것이다.

 

나는 지식인의 책무로 그와 처음 만났다.

사실 대학에서 이주은 교수님께 수업을 들을때, 촘스키가 이룩한 문장구조이론, 소위 syntax를 접했지만,

나는 그가 지식인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대화하고 싶었다.

 

"writers and intellectual responsibility"

직역하면 작가와 지성인의 책무 정도 되겠다.

 

교육받아 세상의 흐름을 읽는 사람들,

읽는것에 그치지 않고 기류를 만들고, 때로는 이끌기 까지 하는 지식인의 책무를, 촘스키는 양심적으로 고백하고 의미있는 메세지를 던진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해하기 싫거나, 이해하기 복잡하거나, 이해해봤자 소용없는 일들의 뒤에 그는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것을 인정하고,

그 얽힌 고리를 풀어가는것은 결국 지식인들의 책무라고 일축한다.

돈이 돈을 만들고, 돈이 악을 만들고, 돈이 선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는 지로 계몽을 하는것을 자신의 평생의 업으로 선택한 사람이다.

더 넓은 통찰을 가진것을 대중에게 설파하기로 결심하고 평생 그렇게 해 왔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고 서양에서만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좌파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 진보주의자인것이다.

 

나도 언젠가 더 많은것을 읽고, 더 많은것을 느끼고, 더 나은 위치에 가게 될 수 있다.

그 날이 지금보다 더 행복할거라 상상하진 않는다.

더 고되고, 더 책임이 막중하고, 더 고단한 삶일 수 있다.

그러나 여운을 남기고, 뒷부분을 누군가 더 써주기를 바라는것처럼 지식인의 책무를 퇴고한 촘스키처럼,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전문 연구분야속에서 연구를 하면서 누구나가 그렇듯 살아 생전에 연구를 좀처럼 끝낼 수 없다면 후손에게 숙제로 남기면서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대중에게 깨어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싶다.

 

나만 옳다고 주장하거나,

나를 따르라고 주장하는것은 큰 오산이다.

때로는 쓴소리가 더 큰 약이되고 발전의 힘이 되며,

비평을 수렴할 줄 아는 사람이 큰 사람이 된다고 믿고있다.

 

촘스키의 책을 읽으면서 오래간만에 생각했다.

 

"세상에는 살아있는 지성이 있어서,

이미 운명을 달리한 지성도, 그 팔딱팔딱 숨쉬는 것 같은 소중한 지식을 남겨주셔서

지식인들은 살아갈만한 세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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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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