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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8 장회익-공부도둑


작가는 파격적이라 말했다. 책 구성이 말이다. 분명 형식상으로는 파격일 수있다. 질긴 공부와의 인연을 스스로 써내며 필자는 자신이 공부를 좋아하고, 공부를 해야 할 운명이고, 모든 환경과 노력이 공부를 위한 것이었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필자는 그런 말을 스스로 하기가 몹시 부끄러웠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길고 긴 공부 여정에서 한템포 쉬어 자신이 걸어온 길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운동가이자 학자로서, 그는 자신을 스스로 높이기 보다는 겸손하고 싶어했다. 그렇게 글 쓰기 위해 매우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러나 제목은 공부도둑이다. 혹자는 제목만 보고 "아니 교수면 교수지, 그렇게 자신이 공부를 잘하고 좋아한다는것을 과시하고 싶었나." 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한눈에 와닿는 작명이다. 나도 서평을 읽어보고, TV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것을 보면서 사실 반신반의했다. 한 학자의 공부여정을 담은 책이라, 매력적이긴 했지만 설마 자기자랑 없는 책이 어디있겠냐고 자문했다.

 

그리고 장회익 교수의 글을 스크랩한지 7개월여만에 책을 구매했다. 교수라는 타이틀, 한 분야에 끈기있게 매달려 연구업적을 내고 후학을 양성할 만큼 지식의 양이, 인성의 따스함이, 충만한 사람만 가지는것은 분명 아니다. 어떤 직업군에 속해있든 열정적인 사람과 열정이 식은 사람, 아예 열정이 존재한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하지만 그의 글은 맛깔스러웠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회고하고, 정말 공부라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그가 자신의 책을 공부도둑이라 이름짓고 글을쓰는것이 모나 보이지 않는것은, 진정 그의 삶의 공부의 열정을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땐 공부도둑이라는 수식어가 오만하거나,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을만큼 그는 정말 공부를 좋아한 학자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게다가 자신을 공부도둑꾼이라 함은, 어릴 때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한 할아버지에게 사무친 설움과 슬픔이 녹아있으면서도, 자신을 쟁이나, 꾼으로 낮추는 겸손의 표현이다. 필자는 정말 사무치게 공부가 하고싶었고, 그 공부에의 열정과 욕망을 평생동안 온몸으로 느끼며 실천했고, 어떻게든 알고싶은것은 옹골차게 자기것으로 만드는 그야말로 공부 도둑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공부 도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어떤 이론과, 어떤 내용을 순전히 자기것으로 만들기까지 수 없이 고생한 모습이 마치 한땀한땀 십자수를 놓는듯한 정성으로 담겨져있다.

 

필자는 전기와 다름없는 이책에서 액자식 구성을 취했다. 어린시절 일화를 시간순서대로 배열하면서, 할아버지와의 가상의 대화를 삽입하고, 공부라는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본인이 걸어온 길을 나지막히, 조곤조곤히 얘기한다. 오랜만에 현자와 대화를 했다는 생각도 들고, 최대한 진솔하려고 노력했다는 모습도 독자에게 진심으로 다가오지만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

필자는 책을 자신의 공부담을 자랑하는것이 아닌, 독자와의 소통의 장소로 생각하려 했다.

게다가 계몽적인 내용을 삽입하기도했고, 일반인이 알아들을 수 있을 쉬운 풀이로 상대성이론을 설명하기도 한다.

필자의 가치관을 담고있는 책이기에 계몽적인 내용이 일정부분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마지막에가서는 마치 훈계를 하는것처럼보이기도 하고, 물리학에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함으로써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지기도 하고, 독자를 자신의 강의실에 앉아있는 학생들 대하듯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등한 관계로 소통하는것이 아니라, 교육자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려는것이다.

 

차라리 각각의 주제로 따로 책이 발간되었더라면 훨씬 더 알찬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상대성 이론이라든가, 물리학자로서 살아오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생물학과, 환경보전에 관관심을 갖게되고 학자 그 이상의 운동가로서 살아오게 된 삶을 더 조명하면 좋을뻔 했다.

 

어쨌든 앎의 즐거움을 평생동안 추구하며, 자신이 아는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사람에게 그 깨달음을 나누어주려는 장회익교수의 노력은, 읽는동안 잔잔한 미소와 교훈을 주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학자들 중에 공부 도둑이 되고싶지 않은사람은 어디 있겠냐마는, 그는 공부에 있어서는 대도라 불려 마땅한 진정한 학자이다.

 

담고싶은 구절 하나

 

p. 273. 학문은 경쟁이 아니다.

바둑에서는 집을 지어놓고도 질 수 있지만 학문에서는 그러한 의미의 패배는 없다. 물론 전략 여하에 따라 최선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결코 패배는 아니다. 학문 그자체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가히 경쟁만능 시대라 할 만큼 모든것을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다. 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학문은 기여이고 협동이지 결코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라는것은 함께 취할 수 없는 소수의 목표를 놓고 서로 취하겠다고 다툴 때 나타나는 것인데, 학문의 목표는 결코 한 두 사람이 취하면 없어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설혹 내가 알아내려던 혹은 이루려던 내용을 나보다 앞서 누가 알아내거나 이루었다면 이는 축하할 일이고 고마운 일일 뿐 결코 섭섭해 할 일이 아니다. 내가 힘들여 해야 할 일의 일부를 남이 대신 해주었으니 나는 스스로 하지 않고도 그 앎에 도달한 셈이며 내가 이루어야 할 과제를 남이 나 대신 이루었으니 나는 이제 거기에 매달리지 않고도 원하던 과제를 이루어 낸 셈이다. 한마디로 내가 해야 할 일을 덜게되었을 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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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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