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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혹자는 말한다. 여행은 도착하는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나는 하늘을 동경한다. 미묘하게 바뀌는 색상의 점진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 보다 행복한 것이 있을까.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매일마다 단 한번도 같지 않은 모습들. 기류가 불안정해지면 남들과 다르지 않게 심장이 콩닥 콩닥 뛰지만, 몽글거리는 성층운들을 보고나면 언제 불안했냐는듯 기분이 말끔히 씻어지고 어느새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하늘과 가까이 맞닿을 수 있다는 것.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나는 여행의 의미를 하늘의 변화를 더 잘 관찰할 수 있다는 것에서 찾겠다. 강과 바다와 가까울 경우, 그 낙은 배가 된다. 해의 반영과, 석양의 반영. 감귤색 그라데이션과 청보라색 그라데이션. 가끔은 형용할 수식어를 찾을 수 없을만큼 넋이 빠지게 아름다운 색의 페스티벌. 때문에 나는 주저없이 떠난다. 



기류가 꽤나 불안정했는데, 어느새 미니어쳐 같은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착륙할 시간이 얼마나 남지 않은 까닭이다. 승무원은 가쁜 숨을 진정시키고 기류가 불안정하여 죄송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10분안에 제주공항에 내린다고 알린다. 그 누구나 다녀와 봤다는 제주도, 나는 지난 5월, 처음 가보았다. 당시 직장이 건물을 이사하며 3일 휴가가 뜻하지 않게 생겼다. 토, 일, 월. 어린이날이 징검다리로 있는 연휴. 나는 금요일 밤 티켓을 예약하고, 숙소도 선택하지 않은채 비행기에 올랐고, 렌트카도 출발하기 전날 아침에 빌렸다. 그 어느것도 계획적이지 않았다. 공항에서 렌트카 키를 받고, 차에 올라탄 후, 나는 무작정 협재 해수욕장으로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협재에 도착했다. 바로 차에서 내려 한동안 말 없이 서있었다. 어린이날 연휴때문인듯 가족단위로 놀러온 여행객들이 많았다. 그림자, 석양, 바다, 반영, 그리고 점층적으로 진해지고 연해지는 석양의 반사를 한시간여는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몇장의 사진을 찍었다.

 



선명한 붉은색 커플티를 맞춰 입고 놀고있던 젊은 커플.



맞은 편에서 석양을 즐기던 여행객들. 





에메랄드 빛 바다는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다. 사실 군도에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섬마을의 바다색은 이렇게 다를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한동안 백사장을 거닐다 허기를 느껴 저녁을 먹으러 갔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협재 해수욕장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얻은 해물뚝배기집을 선택했다. 





재암식당 해물 뚝배기. 8000원에 푸짐한 해물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딱게를 좋아하는데, 마산과 창원쪽에 가서 처음 먹어본 기억이 난다. 매우 배가 고팠는데,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밥 한공기를 비우고 금능해수욕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http://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13054086 

상호 ㅣ 재암식당

주소 ㅣ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1748-3

전화번호 ㅣ 064-796-2858

메뉴 ㅣ 성게미역국, 전복죽, 해물뚝배기 등. 대부분 8천원-1만원 선 



재암식당은 협재 해수욕장 바로 맞은편에 있다. 다른 메뉴들도 다 가격대비 맛있는듯 한데 나는 같이 메뉴를 나눌 일행이 없었으니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선택했다. 성게 미역국은 나중에 아침으로 요기하려고 일단 보류했다. 먹는 동안 주인 아주머니가 "아가씨 혼자 여행하는거야? 겁도 없지. 든든히 먹어." 라고 하시길래, "네. 감사합니다." 하면서 천천히 꼭꼭 씹어먹었다.  




그리고 차를 돌려 바로 옆에 있는 금능 해수욕장으로 왔다. 이곳의 금능 마린 게스트 하우스가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고, 예쁘다는 소식을 5분전 웹서핑으로 알아냈기 때문. 금능 해변도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아직도 저 석양의 그라데이션은 눈에 선하다. 오션블루부터 시작해서 오렌지색으로 샌드위치 되고, 아래는 에메랄드 색과 티타늄 블루가 그라데이션 되었던 황홀한 석양. 하늘과 바다만 봐도 배부르고 모든것을 다 가진것 같은 기분. 



금능 마린 게스트 하우스 1층이다.


http://cafe.naver.com/jejuilmare 

상호 ㅣ 금능 마린 게스트 하우스

주소 ㅣ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2040 

전화번호 ㅣ 064-796-0800

숙박비 ㅣ 2만원 



밤에 왔기 때문에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 수 없었지만, 밖으로는 야자수가 펼쳐져 있고, 수영장도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이렇게 주변 여행객들과 투숙객들을 위한 카페도 있었고. 깔끔하고 예쁘게 정돈되어 있는 모습. 유럽 여행할 때도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이용했지만, 여기 시설은 가격대비 거의 최상급인 편이다.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분들이 많이 이용하고, 한림공원과 걸어서 5분거리, 올레길 14코스 전후에 위치해 도보 여행객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욕실도 매우 넓었고, 위생은 중상 수준. 침구위생은 상. 전체적으로 급하게 고른 숙소치고는 만족스러웠던 곳이다. 금능해수욕장을 바로 옆에 두고 있기에 석양과 일출 모두 자면서 눈 뜨면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1층 카페테리아



카페 안쪽에는 마루와 기타, 해먹이 멋스럽게 놓여있다. 




금능 해수욕장에서 게스트하우스를 바라본 전경 




첫날은 무리하지 않고 일찍 잠들기로 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밤바다바람을 쐬러 나왔지만,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인데도 제법 쌀쌀했던 기억이다. 한동안 멀리서 지나가는 배를 보다가, 등대 조명이 바다에 비쳐 일렁이는 것을 바라보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웹서핑을 하며 다음날 여정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사실 정하기도 전에 잠들어버렸다. 


5개월이 지난 기억을 다시 꺼내어 5개월 전의 그곳, 제주에서 다시 써내려가는 기분은 흥분되면서 아련하다. 5년전, 혼자 파리 여행을 할 때, 일부러 영어로 된 다빈치코드를 가지고 갔었다. 이미 읽었었지만, 상상만 해보던 파리 시내가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을 느끼려 했던 것이었다. 내가 발을 딛는 곳마다 책에 등장하는 것을 보며, 묘한 짜릿함을 느꼈다. 마치 책속의 랭던 교수와 소피가 긴박한 호흡으로 옮겨 다니던 그 장소에 있는 느낌이란. 지금 수개월전 혼자 찾았던 곳을 다시 찾아 회상하는 기분이 그와 꼭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여행의 첫날 하루는 매우 빨리 지나갔다. 사실 혼자 장거리 운전을 하는 첫 시도였다.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내 마음대로 렌트를 한뒤 완전 자차보험비용만 완불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해안도로를 나가자 달리는 차들이 없어 안심했고,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하자 콩닥콩닥 뛰는 심장이 잦아들었다. 

모든 여정이 즉흥적이었다. 티켓을 끊은것도, 차를 렌트한 것도, 숙소를 구한것도, 맛집을 찾은 것도. 그러나 첫날 나름의 미션을 완수했다 생각하고, 나는 다음날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오색빛깔로 오팔처럼 반짝이는 석양을 이미 선물로 받았고, 까르르 뛰어놀며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었으며, 아무런 사고 없이 숙소까지 돌아와 잠들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미 떠나온 것 부터가 선물이었다. 







                                                                         

2012년 5월 5일, 나홀로 제주여행 첫째날 여행경비

비행기 운임 ㅣ10만 8천원, 아시아나 제주 왕복티켓 타임세일 

렌트카ㅣ 스파크 48시간 대여, 렌트비 32,000원, 완전대납 자동차보험료 60,000원, 총 82,000원 

공항 통행료 ㅣ 2천 3백원

식사ㅣ 8천원

숙박 ㅣ2만원

간식과 커피 ㅣ7천원

총 22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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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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